인터넷의 흔적들, 분산 원장에 기록될 미래의 자산
최근 블록체인 기술이 현실 세계의 자산(RWA)과 융합되고,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흐름을 보면서, 저는 우리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현실 자산이 어우러지는 과도기적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는 단순히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미래 금융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서 현대 자본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러한 예측이 현실이 될지, 아니면 아직 너무 이른 미래의 이야기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 세상에 존재하는 게시물, 창작물, 과거의 기록들, 그리고 흩어져 있는 인터넷 자산(저는 이들이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기에 '자산'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을 분산 원장에 기록하고, 이를 열람하기 좋은 형태로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을 접하며 살아온 세대입니다. 하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과거의 기록이나 데이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마도 검색 엔진이 최신 데이터를 기준으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일 수도 있고, 과거의 웹 서비스나 사이트들이 문을 닫았거나 기술 발전으로 인해 레거시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아 검색에서 제외되는 복합적인 문제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서비스 중단이나 호환성 부족으로 인한 데이터 유실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만약 특정 플랫폼이나 웹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고, 제가 노력하여 만든 창작물이나 게시물들이 분산된 체인 위에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체인 위의 데이터 호환성을 높여 기존 플랫폼이나 웹 서비스와 연동되는 동시에 데이터 유실을 막고 저만의 토큰화된 데이터로 남겨놓을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제가 시간을 들여 기록하거나 만들어낸 자료들, 흔적들, 창작물들이 쉽게 흩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지금도 쉽게 흩어지지는 않지만, 특정 플랫폼에 종속된 자료라면 언제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온프레미스 데이터센터의 사고, 재난, 또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체의 정책 변경이나 서비스 종료로 인해 데이터가 사라진다면 그때는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개인이 소유했어야 할 이러한 데이터들을 보존하고 분산된 체인 위에 보존시키는 것이 현재 저의 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꼭 블록체인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형태여도 좋은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잊힐 권리'와 데이터 보존의 딜레마
'잊힐 권리'라는 개념도 존재합니다. 개인의 자료들을 불변성을 지닌 블록체인 위에 보존하게 되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블록체인에 올라가야 할지,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누가 어떻게 기준을 정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꼭 블록체인이 아니더라도 불변성을 지닌 분산 네트워크)에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인터넷 자산의 생성 일시와 같은 로그 데이터와, 해당 자원의 원본 데이터가 존재하는 웹 서비스를 가리키는 포인터(주소)만 남겨두어야 할까요?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인터넷 자산의 로그를 보존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된 각 인터넷 자산의 포인터가 향할 수 있는 웹 서비스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코어 네트워크와 페깅 네트워크의 분리
블록체인 네트워크 중에는 안정성과 가치를 보존하고 조절하기 위해 코어 네트워크와 페깅 네트워크가 분리되어 쌍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면 단일 네트워크로 존재해도 상관없겠지만, 이는 일종의 안전장치이자 추후 확장을 위한 코어 네트워크와의 분리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디어를 여기에 적용한다면, 코어 네트워크 자체에는 직접적인 데이터를 보존하지 않고 로그나 포인터 주소만 보존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연동되어 있는 쌍 네트워크는 코어 네트워크만큼의 극도의 보존성이나 견고함을 요구하지 않고, 옵티미스틱 접근법 같은 낙관적인 방법론을 통해 확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코어 네트워크의 포인터 자체를 변경할 수는 없지만, 그 포인터가 향하는 인터넷 자산 자체는 소속된 웹 서비스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되면 코어 네트워크의 포인터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며, 포인터가 가리키는 인터넷 자산은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대신, 그 위치와 관련된 로그를 충분히 남겨 데이터의 주권이나 존재 증명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이 현재의 인터넷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요? 아니면 이 자체로도 어떠한 장점이나 현대 인터넷의 단점을 보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 코어 네트워크에서 직접적인 데이터가 아닌, 시스템 자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처럼 기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간대나 그 자료가 저장된 공간(시간-공간 데이터)을 기록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면, 이것이 가치를 지닐만한 네트워크로 확장될 수 있을까요?
레이어 2 네트워크나 서비스 구현에 대해서는 이후에 낙관적으로 구현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저는 우선 이러한 기반이 될 코어 네트워크의 구성과 목표, 그리고 방법론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첫걸음, 그리고 장기 목표
장기적으로 이러한 목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 개념이 낡거나 약점이 많은 것으로 판명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전체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거대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지원이나 거대 기업의 참여가 없이는 현실적으로 자원이나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전체 구현이 100%라면, 저는 현재 0.001%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결과물이 확장되거나 계속 발전했을 때 100%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이러한 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구현체(MVP)를 빠른 시간 내에 구현하고 검증하고자 합니다.
이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의견도 궁금합니다.